아침...
어쩐일인지 새벽 네시에 눈이 떠졌다.
푹 자도 되는 휴일인데 이상하게 말끔하니 눈이 떠져 다시 잠을 이루려고 애를 먹었다.
이런 저런 망상에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고 알람소리에 눈을 떠 준영일 깨워 학교엘
보내놓고 다시 또 선잠이 들어버렸다.
열시반.... 쯤 이려나 어렴풋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며 일어나야지 했었는데
몸이 내 뜻처럼 선뜻 일어나지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전화기로 달려가니 뚝 끊어진다.
부재중 번호를 확인하니 친구였다.
늦은 아침에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보니 열한시를 넘겼다. 참 우습다 여자들은 뭔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전화기의 베터리가 충전해달라고 삐룽거릴때까지 하고도 유선으로 바꿔
조금 더 이야길 나누고서야 끊었다.
부지런히 세수를 했다. 입맛이 통 없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산엘 가려고 작정을 했기에
밥 반공기를 물에말아 김치와 먹었다.
두유 두팩 사탕 몇개 물 한병을 담고 호미와 꽃삽까지 그리고 디카를 소중히 챙겨넣고
썬블럭을 두툼이 펴 바르고선 산으로 향했다. 조금 더웠다. 산중턱 정아네 하우스앞에
차를 세우고 거기부턴 산을 타고 다녔다.
참 계절이 없다 요즈음은...
오월말이나 유월쯤 피어날 병꽃나무의 꽃이 피었는가 하면 개별꽃과 봄맞이 꽃도 한창
모듬으로 피어있다. 이 애들은 좀더 일찍 피어나고 이젠 져야 하는데...
노란 애기똥풀은 올해 처음으로 마주쳤다.
엇그제 회사옆 산에서 마주쳤던 붓꽃이 우리동네 뒷산에도 한창이다.
꿀풀은 이제막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꿀벌들까지 온통 잔칫집에 온듯 떼벌이었다...ㅎ
고사리도 드문 모습을 보이고 지장보살의 날씬한 대롱은 삐죽삐죽 솟아있었다.
취나물을 뜯으며 가끔 잔대잎도 따고 뿌리도 캐고 둥글레 굵은넘을 마주치면 어김없이
캐며 도수리와 금사리산을 번갈아 헤집고 다녔다.
가져간 물을 거의 다 마셨다. 어쩜 친구가 올지몰라 여유있게 마셨는데 결국 친구는
오지않았고 전화도 받질않았다. 너무 목이 말라 두유까지 마셨는데 두유땜시 그랬는지
목이 더 말라왔다. 산에서 물이 부족하면 참 당황스럽다. 약수터까지 가려면 온길로
두어시간은 내려가야 하는데... 난감했다.
작년가을 단풍을 찍으러 올라갈때 호미를 잃어버린곳이 있었다.
그 자리를 오늘 가게되어 두리번 거리며 호미를 찾았다 혹시라도 그냥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ㅎ 그런데 우습게도 또 그자리에서 호미를 잃어버렸다.
호미를 잃는 자리인가?~~~ㅋㅋ
호미찾기를 하며 혹은 산나물이 있는가 두리번 거리며 다니다 숲에서 한 아저씨를
만났다. 웬 나무껍질을 벗겨 배낭에 넣고 계셨다. 속으론 뜨끔 했었다. 산에서 제일
무서운게 사람이다 특히 나처럼 길이아닌 숲을 뒤지고 다니는 사람에겐 마주치는
낮선사람이 제일 무섭다. 먼빛으로 바라보니 우리동네 어르신은 아니었다.
그분도 날 보더니 깜짝 놀라신다. 이럴땐 차라리 부딧치는게 나을때도 있다.
안녕하세요~~~하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하니 네에~~~하신다.
뭘 하세요? 무슨나무 껍질인가요? 그랬더니 우물우물 말씀을 하시는데 제대로 듣질
못했다. 아무튼 물로 끓여서 드실거라고 하신다. 그분 말씀이 무섭지 않아요? 하신다.
난 무섭긴요 동네 뒷산인데 뭐가 무서워요...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속으론 쬐금 무서웠으면서 혹 내색을 하면 서로 민망할까봐 그랬다.
타지분 같은데요... 했더니 그렇단다
여긴 우리동네 사람들 나물하러 자주와요 늘 사람 마주쳐서 무서울게 없죠 라고
사람들 많이 다닌다고 슬쩍 흘렸다...ㅎ
그분과 헤어지고 부지런히 밑으로 내려왔다 어쩐지 찝찝해서....
내려오다 큰 잔대를 봤다 잎은 쌈싸먹던지 살짝 데쳐 나물무침을 하던지 하려고 뜯었고
뿌리를 캐려고 배낭 옆구리를 뒤적거리니 이런... 또 호미가 없어졌다....헐...
꼭 거기서 잃어버린다.
가끔 호미를 잃어버릴때 있지만 어디서 잊었는지 조차 모르는데 그곳은 어딘지 확실히
알고 있으면서도 찾으러 가면 도통 눈에 띄질 않는다. 아까 그 아저씨때문에 허겁지겁
내려오다보니 흘렸나보다.
차 세워둔 자리에서 저위의 복사꽃을 찍었다.
정아엄마에게 듣기로 그 작은 농장은 양평의 학교선생님이 하시는거라 들었었다.
오늘 그 선생님이 밭고랑을 매고 계시기에 인사를 하고 저 사진좀 찍을께요 했었다.
사진을 찍으며 양평고등학교 계시다면서요 했더니 아뇨 저 일신여상에 있어요~라고
하신다.
일신이라면 내가 나온 중학교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이런저런 이야길 하며 혹 오래계신 선생님도 계신가요라고 물었다.
김중래 선생님이 계시는데 아시는지요 하신다.
그럼요 저 중학교때 도덕선생님 이셨죠 괜찮으신 총각선생님요~~~했더니
아직 근무를 하고 계신단다. 여전히 멋지신 선생님으로....
세상에... 이젠 육십 가까이 되셨을텐데....
그때적 ... 중학교적 이야길 한참 나눴다. 그때와 다른 요즘 아이들 이야기도 함께...
그 선생님도 내 또래셨다. 많아야 두세살쯤 많으실까?
돌아오며 흐믓했다. 그때 그 여릿하고 감수성 풍부하던 내가 떠 오른다.
그땐 그랬었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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