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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준영이 선생님의 가정방문

by 동숙 2008.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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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놀이에 살짝 빠지려는 울 아들이다.

 

중학교 이학년 작년까진 내눈엔 아기같았다.    일년동안 키가 크는게 보일 정도로

목소리를 들으면 내아들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컸다.  바야흐로 사춘기를 맞았다.

 

초등학교땐 학교이야기도 자주 하고 또 내가 학교 도서실 사서노릇도 몇달 해주고

그래서 환히 꿰뚫고 있었는데 중학교에선 어떻게 지내는지 잘 몰랐다.

저도 말을 안하고 나도 일한답시고 좀 소홀해지고 그렇다고 학교에 전화로 묻기도

뭣하고 해서 그냥 지냈었다.

 

이학년 새학기가 되면서 공문이 하나 내려왔다.  가정방문을 한다는 공문이었는데

이게 참 애매하다.  정말 사심이 없다면 선생님으로서도 가정방문에 아일 더 정확히

알고 세세한 관심을 기울일 계기가 될텐데 처음의 의도완 달리 봉투라던거 그런게

오가는 소지가 될수도 있기에 또 엄마입장에서 선생님 대접도 어찌해야 하는지

고민될수도 있는 문제였다.

 

이곳은 한학년이 세반밖엔 안되는 시골이니 어쩌면 더 말이 많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선 강행하기로 했다고 하였다.  난 전업주부가 아니기에 설문지에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늦은시간에... 다섯시를 넘긴시간이면 가능하다고 적어서

보냈다. 그러고 한달을 지나며 잊고 있었는데 퇴근할무렵 전화가 왔다.

오늘 오신다고....

 

하루종일 닫혀있던 빈집이라 서둘러 집에와서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키고

음료수를 뭐로 대접을 하나 고민을 했다.  잠시후 선생님의 전화가 왔고 지금

또 다른집에 계시는데 이십분후쯤 오신다고 했다.  그리고 오셔선 물조차 마시지

않을꺼라며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스물 여섯? 일곱?  정도쯤 보이려나?  아주 앳되고 고운 여선생님 이었다.

아마도 첫 발령이 이곳이었는지 의욕이 넘치시는 애들을 사랑하시는 선생님 같았다.

 

준영이 방을 둘러보시고 좋은책이 많다는 칭찬도 해주시고 거실에서 나와 마주않았다.

준영이에 대해 보고 느낀점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의외이다 싶었다.

집에선 늘 막내티를 줄줄 흘리고 아기처럼 굴었는데 학교에선 철난 대여섯중의 하나

라고 집의 모습을 이야기하니 놀라신다.  여느아이들 처럼 뛰고 뒹굴고 그러질 않는단다.

맡은일은 완벽하게 끝내고 조용하고 그렇단다.  꾀 부리는걸 본적이 없단다.  수업태도도

그렇고 교우관계도 매우 좋단다.  학교에선 큰형처럼 군단다...헉~

 

이런 녀석을 봤나 집에선 엉디 내밀고 두들겨달라 하는데...

콧소리 내가며 나보다 더 큰 녀석이 매달리면 징그럽다고 등짝도 때리고 그러는데...

완전 이중인격자이다 이녀석....  그래도 참 좋았다. 

 

난 늘 산만하다 싶어서 걱정했는데 학교의 모습은 산만관 거리가 멀다고 하니 어찌나

좋던지  그렇게 차분하고 깊은 모습을 보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선생님의 제일 큰 칭찬은 이거였다.

준영인 끈기가있고 관찰력도 호기심도 많아 과학시간을 참 좋아한다고 한다. 특히

실험이나 그런것은 어찌나 집중해서 하는지... 아이의 태도를 보면 이다음에 뭣을 하더라도

인정받을거라고 하시는 말씀에 어깨가 가벼워졌다.

 

큰 칭찬을 받고 선생님이 돌아가신후 어깨를 두들겨주며 고맙다고 했다.

넘 기쁘다고 지금처럼 계속 그렇게 해주면 엄마는 행복하다고 해줬다.

헤... 웃으며 거봐 나 잘한다니깐 엄마는 왜 못믿어~~하며 활짝 웃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내가 아는 내 아들의 모습과 내가 모르는 내 아들의 모습을 오늘 보았다.

그렇게 사람냄새 풍기며 지금 네게맞는 소중한 추억들을 마음껏 만들어보렴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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