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늘 늦게 하교를 한다.
발명대회가 있어 남아서 실험하고 그런다 하는데 어쩐지 그게 영....
어제도 그랬다.
여덟시가 다 되어서 돌아온 준영인 방에 들어가자 마자 컴을 켰었다.
불뚝 심술이 나서 소릴 질렀다.
" 너 평일엔 게임 하지 말라고 했지? "
" 엄마가 괜찮다고 했잖아...ㅡㅡ; "
" 언제? "
" 언제 엄마가 너 게임하라고 했어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컴 꺼~!! "
입을 댓발은 내민 아들을 싹 무시했다.
저녁을 먹으라니 학교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다며 싫다고 한다.
늘 늦게 자는데 입내밀고 앉았더니 그냥 제 방으로 가 이불을 덮어쓰고 잔다.
오늘 영 개운칠 않았다.
저녁 마트도 다녀올겸 학교엘 가서 지켜볼겸 집을 나섰다.
마트엘 들려 학교 근처쯤 가니 아이들 하교하는 모습이 보인다.
여섯시 이십오분쯤...
전화를 했더니 받질 않는다.
마침 친구가 전화를 해서 조금 수다를 떠는데 전화가 들어왔다.
아들이다. 서둘러 끊고 다시 해봤다.
시끌한 아이들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배경음 처럼 들려온다.
" 엄마 전화 했었어? "
" 어디야? "
" 학교지 어디야....ㅡㅡ; "
" 언제 올건데? "
" 오늘은 일곱시 반까지 할꺼야~"
" 몇명이나 남았는데? "
" 과학반 다섯명 "
" 알았어 끝나고 바로와..."
전화를 끊고도 한참을 서 있었다.
아들과 단짝인 친구들이 우르르 지나간다 그애들은 날 보지 못했을거다.
내심 미안해지고 믿어주지 못하는 내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고 이것저것 반찬을 만들었다.
내 미안함을 감추기 위해서...
일곱시 반쯤 어깨가 축 쳐저 들어오는 아들을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식탁을 차리고 밥을 먹이고 그래도 어쩐지 짠해져서 좋아하는 단호박 하나를
꺼내 찜통에 앉혔다.
하도 세상이 어수선하니 티비에서 컴에서 탈선하는 아이들을 보면 불안해진다.
이것도 어찌보면 집착일수도 있을텐데... 심하면 병이라는데...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안심하고 대견해 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깜빡증으로
다 잊어버리고 노심초사 좌불안석을 하고 있다. 난...
어리석은 엄마이다.
아들만큼도 아니 그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엉터리 엄마...
샤워후 잠이 든 아들을 한번 바라보고 왔다.
미안하다 준영아....
변명같지만 엄마는 너를 너무 사랑해서 그러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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