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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람났다 어젠.

by 동숙 2007.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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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속에 빠져서 하루를 보냈다.

 

왈츠에 맞춰서 내리는 하얀 눈송이도 만났고

오래전 삼포가는길 이란 영화에서 보았던 휘몰아 치는 눈보라도 만났고

사랑해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 소리도 들었고

주루륵 눈물흘리는 애절함도 보았다.

러브 스토리의 엔딩 장면의 그 하얀 벌판도 보았다.

 

많은 느낌으로 다가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아름다운 설경과

하루를 온전하게 함께했다.

 

아침부터 흩뿌리던 눈발이 잠시 멈칫하다가 열한시경 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바람소리가 흡사 귀신울음처럼 들리고 커다란 미류나무의 까치집이 위태로워

보일정도의 거친 날 이었지만 그래도 눈을 몸으로 맞이하고 싶었다.

 

따뜻한 보리차와 커피를 두잔정도 아주 달고 진하게 끓여서 보온병에 담고

스치로폼 접이방석 두개랑 카메라 까지 챙겨넣고 여러겹 옷을 껴입고 출발했다.

딸아이가 같이 하지 않더라도 혼자라도 갈 생각이었다.

 

개울을 끼고 산밑까지 가는동안 눈바람 때문에 제대로 앞도 못보며

순간 후회도 했었다. 하지만 바람막이가 되어준 산밑에 들어서자

포근한 느낌에 한숨 돌렸었다.

 

초입엔 눈도 별로 없었고 그리 힘들지 않게 올랐다.

중턱쯤 오를때 부터 눈송이가 제법 커지더니 키큰 나무가 없는 곳엔

벌써 앞선 발자국을 다 지워버릴만큼 눈이 쌓여있었다.

 

온통 세상이 하얗다.

터널을 통과하고 나서 처음 햇빛을 봤을때의 눈부심 처럼 온세상이 하얗다.

왈츠를 추듯 살랑 살랑 떨어져 내리는 눈과 메마른 나뭇가지가 흰옷을 입은

그 천국같은 풍경.... 눈물이 용수철 처럼 튀어오른다.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고 다시 확인하고 카메라 창에 보인 그 모습이

내가 보는 이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한게 안타까울 정도였다.

뭐라 말로 다 표현을 못할정도의 아름다움.

황홀함 안타까움 너무도 강한 충격이었다.

 

딸아이와 우리 오늘 산에 오르지 않았다면 이 풍경을 못봤겠다.

산에 오르길 너무 잘했지... 하며 마음껏 감동했었다.

 

정상의 정자에 오를쯤 그나마 막아주는 바람막이 없었기에

바람은 거세어지고 힘들어 쳐지는 걸음을 바람이 도와줘

조심 조심 내려가기 시작했다.

 

약수터에서 딸아이는 따뜻한 보리차를 나는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

누가 이런 커피맛을 알까 싶었다.

친구에게 짤막한 문자를 보냈다.

나 이 황홀한 풍경때문에 엄청나게 행복하다고

여기서 마치더라도 행복하게 갈것같다고  왜 제일 행복할때 죽음을

생각하는지... 죽을만큼 행복하단 것인가?

 

활엽수 숲은 크고 작은 가지위의 눈이 경쾌하고

소나무 숲은 그 소담스러움에 따뜻함까지 느낄수 있었다.

점점 커지고 거세지는 눈발을 보며 이젠 내려가자고 한다.

난 조금만 더 있고 싶었다.

아니다 하루종일 바라보고 있고 싶었다.

올라갈때와 다르게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때문에 허리에 힘을주고

다리도 조심조심 그래도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고 내려왔다.

 

개울을 끼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데 오래전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차화연씨가 여주인공 이던 삼포가는길...

그 막막한 눈밭이 생각나고 어릴때 였지만 막막할거같은 그들의 심정이

가슴 아리던 그 영상이 생각났다.

 

집에 돌아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고 좀 들뜬 내 기분을 맞춰주느라

바쓰볼 한개랑 바질오일도 몇방울 떨어뜨리고 냉기를 몰아냈다.

 

눈을 감고 있는데 그 풍경이 영화처럼 지나간다.

비록 허리가 무지 아프지만 다리도 덜 덜 떨리도록 긴장했었지만

어제는 너무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이런 바람이라면 나볼만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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