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느낌이 살짝 묻어나는 일욜이었다.
파르라니 높아보이는 하늘도 그랬고 쨍하니 눈 감게 만드는 햇살도 그랬고
부드럽게 불어오는 바람도 그러했다.
어김없이 세탁을 하고 청소를 하고 반찬을 만들며 문득 가을을 느꼈다.
짬짬이 쉬며 땀배인 이마에 살짝 스쳐주는 바람은 그랬다.
에어컨은 물론 선풍기조차 틀지않고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나 혼자였다.
늘 여름이면 개울에 가서 눈만 반짝이는 촌넘이 되던 아들도 이젠 컷다고
늘 방에서 컴하고만 친구하더니 오늘은 모처럼 친구들과 계곡에서 약속을
했다며 여벌옷을 한벌 챙겨 나가고 딸도 신랑도 다 나가버린 오붓한 혼자만의
하루였다. 아침에 빨아넣은 수건과 속옷들이 기분좋게 뽀득이며 말라가고
걸레질 한 마룻바닥은 뽀송하니 반짝 윤이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편안함 이었다.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고 있을때 전화벨이 울렸다.
누구일까?
번호가 입력이 되어있질 않은 번호여서 궁금했다.
" 네 여보세요~"
" 그대가 누굴까? "
" ??? "
잠시 목소리를 기억속에서 찾았다.
" 누구? "
동시에 아하~ 하고 생각난 반가운 친구
내가 눈빠지게 보고파했던 그리워했던 친구였다.
" 현이니? "
" 나야 현이~" 를 동시에 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려주는 무심한 이 친구 참 많이 보고싶은 친구였다.
벌써 일년을 넘겼다 얼굴을 본게...
작년 현이와 와이프의 초대에 김포에 놀러가 보고는 가끔 전화로 목소리만 들려주던
무심한 친구 너무나 뜻밖이었고 반가웠다.
서로 안부를 묻고 잠시 대화를 나누고 다음주 토욜쯤 김포로 현이를 만나러 가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끝냈다. 다음주 참 행복하겠다 휴가도 있고 이번 휴가는 신랑이 나와 날짜를 맞춰서
삼일은 놀아준다고 했는데 토욜엔 그리운 현이까지 만나면 우와...정말 환상의 휴가 이겠다.
여덟시가 되며 하늘이 어둑해진다.
어릴적 외가집에서 종종 느끼던 서늘한 느낌 눈물나는 이 느낌을 오랜만에 느껴본다.
사위가 어둑해질 무렵 사래기 막내외삼촌네서 할머니네로 돌아올때 느끼던 아련한 감정들...
바람 서성이는 논길사이로 어둑해지는 숲을 바라보며 걸을때 무섭기도 했고 아늑하기도 했던
멀리 동네의 한두집 불이 켜지고 굴뚝위로 저녁짓는 연기가 모락 피워올라 시나브로 흩어지던
눈물 가득 고여 흐릿한 내 눈에 할머니 쪽진 고운 모습 떠오르고 와락 고였던 눈물이 흐르면
할머니 장작내 나는 치맛폭으로 감싸주시던 그때의 그 편안하고 한편 외로웠던 느낌들...
서울에 살았던 나 이지만 방학이면 달려가던 외가집과 고모님댁의 그 추억들은 지금 이렇게
나이를 먹어서도 가끔 소녀적의 나로 이끌어간다.
오늘밤은 어쩐지 그때의 그 느낌이 잔영으로 남아 있을듯 싶다.
외롭고 그리고 편안한 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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