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첫날이다.
어제 원식이와 진하게 한잔 하고 늦게 잠이 들어선지 아침에 습관대로 눈은 떠 졌는데
무지무지 아팠다. 팔 다리 허리 모두 무지근 하며 쑤시며...
결국 잠자는 신랑을 흔들어 깨웠다.
오늘 뭐 할꺼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그냥 쉬려고 한단다.
난 아무래도 몸살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어 산에라도 올라 몸을 풀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달랑 디카랑 폰만 들고 반팔 티셔츠에 긴바지 등산화를 신고 올랐다.
아홉시를 막 넘긴 시간이라 그다지 덥게 느껴지진 않았고 등뒤로 비치는 아침햇살이 좀
따갑기는 했지만 기분좋게 출발했다.
야생화도 찍으며 산길도 찍으며 얼만큼 오르자 땀이 말 그대로 비오듯 흐르기 시작했다.
땀내를 맡았는지 산모기 날파리 금방 모여들더니 귓가에서 앵앵 거리는데 어찌나 신경이
쓰이던지 돌아와 신랑에게 완전 정신병 걸리겠더라 라고 우스개 소릴 했을 정도였다.
아주 커다란 광대버섯이 숲속에 하얗게 피어있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그 버섯을 찍으러 숲으러 들어가서야 지금이 바로 버섯의 계절이란걸
알게 되었다. 덜 핀 흰가시 광대버섯 이애는 내가 이름을 확실하게 안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버섯이 어찌나 많이 피어있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운좋게도 막 피어난 영지 몇개를 디카에 담고 따가지고 내려왔다. 폭 쪄서 잘 말려서
다려 영지물로 만들어 마시면 좋겠지?
팔을 얼마나 휘둘렀는지 모른다. 잠시라도 멈추고 있으면 산모기 금방 달려들어 눈이고
귓구멍이고 죄다 물고 들어가고.... 으휴 정말 후회를 했었다.
한여름 산엔 나 말고도 등산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할아버지 한분... 이분은 내가
봄에 나물하러 다닐때도 가끔 뵙던 그분이다. 그땐 안씨네 선산 넓직하고 평탄한 길만
다니시더니 이젠 산길도 도전을 하셨다. 많이 건강해 지셨네요 하고 인사를 드리니
혹시 먹는 버섯이 어떤건지 아슈? 하고 물으신다. 난 절대로 산에서 버섯을 따 드시지
마시라고 했다. 버섯은 식용과 구별이 너무 어려워 큰일난다고...
또 누렁이 두마리를 끌고 오신 노부부도 뵈었다. 걸음이 느리시고 많이 쉬시는지라
결국 중간쯤에서 헤어졌지만 열심히 산행을 하시는 분들을 뵈니 내가 그동안 참으로
소원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름산은 당분간 금지다...ㅋ
체질이 바뀐게 맞는지 왜 그리도 물것이 달려드는지 정말 겂이 날 정도였다.
일신여상 선생님의 텃밭에도 가봤다.
봄에 그리도 예쁘게 꽃 피우던 과실나무엔 주렁주렁 사과와 복숭아 그리고 포도까지
밭엔 온갖 채소들이 풍성했다. 노란 참외도 수박도 호박도 아마도 평일이라서 선생님은
건너오시지 않은듯 하다. 그래도 몇장 사진을 찍었다.
두시간 걸렸다.
산에서 내려오니 선산밑 더위도 기승이고 햇빛은 절정이다.
땀은 벌써 속옷까지 다 젖고 등산화속 양말까지 젖었다. 잠시 고민을 했다.
집까지 내려갈 그 길이 까마득하다. 신랑을 올라오라고 부탁을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터벅터벅 걸어서 내려오게 되었다. 더워 죽는줄 알았다. 집에 돌아와 몇년만에 찬물로
샤워를 다 했다. 한여름도 늘 뜨거운 물을 쓰는데 찬물로 샤워를 하며 흐억~!! 하고
숨을 들이켜면서도 용감히 마쳤다.
점심겸 아침으로 냉 콩국수를 먹고 마루에 댓자로 누워 낮잠을 잤다.
몇시간 낮잠을 달게 자고 일어났더니 이런 아침보다 더 아프다.
결국 저녁은 신랑이 지었고 아들이 설겆이를 했고....ㅋㅋㅋ
횡재한 하루였다. 내일은 아들과 신랑이 낚시를 간다니 난 뭘하며 지내나?
광주에 나가 머리도 자르고 염색도 하고 은행에 다녀오고 그리고 또 자야지~~~
모레는 찜질방엘 가기로 했다. 그리고 저녁에 성훈이와 원식이 오라버니 건너오셔서
신랑과 멍멍이를 먹으러 계곡에 올라간단다. 여자는 빠지라나?~~~ 쳇~!!!
이번 휴가는 이렇게 집에서 뒤굴뒤굴 하며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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