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눈을 뜨며 습관처럼 버티컬을 겉었다.
창밖이 온통 뿌옇게 안개가 자욱하다.
멀리 남희네 할머니댁이 어슴프레 보인다. 서늘한 아침이었다.
이십분 가량 일찍 집을 나섰다.
디카를 다시한번 챙겨보고... 강의 풍경이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이다.
사진을 찍으러 논둑으로 들어가는데 금방 양말이며 운동화가 젖어든다.
난 이럴때 행복하단 느낌이 든다.
살아있다는 느낌도...
해바라기의 노란빛이 선명하다.
제법 씨를 품고 있을듯 보인다 관상으로 심는 작은 해바라기는 꽃을 피우고 나서 씨가
제대로 여물질 않던데 이 해바라긴 말 그대로 토종인가보다. 저쪽에서 햇님이 떠 오느나?
안개속에 아직 제대로 햇님이 보이진 않지만 거기 있을테지....
강가 펜스사이로 파란 작은 나팔꽃이 피었다.
이 색의 나팔꽃은 조금 생경스럽다 메꽃이나 진분홍의 화려한 나팔꽃은 흔하디 흔한데
어릴적 담장에서 보던 그 나팔꽃이 피었다.
언젠가 이른봄 모내기를 하려고 논가에 내어놓은 모판에서 이런 풍경을 찍은적이 있다.
그 모들이 이젠 이렇게 짙푸르게 자라서 그때와 같이 이슬을 머금고 서 있다.
온통 초록이다 마음이 편안해 지는 고마운 색....ㅎ
우시장에서 사오는걸까?
아님 팔러 나가는 걸까?
트럭에 매인 소가 바로 내 앞이었다. 소도 멀미를 하는지 괴로워 보여서 안쓰러웠다.
덜컹거리는 트럭 뒷칸에서 가끔 뒤돌아 보는 그 순한 눈망울이 슬퍼보였다.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콩밭에 농약을 뿌리고 있다.
젊은이인가 했는데...
옷차림을 보고 어림짐작을 했는데 어르신 이었다. 제일 부지런한 사람들은 역시
농부님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오늘 아침에도 몇몇 풍경과 들꽃을 담았다.
어제 하루 푹 쉬고난 출근길은 전혀 피곤하지도 않았고 서둘지도 않았다.
아침녘의 안개를 미루어 오늘은 해가 굉장하겠구나 했었는데 역시 정말 따갑고 더운
하루였다. 퇴근길 성훈이와 골뱅이무침에 소면 그리고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 했다.
속이 시원하게 트인다.
그런데.... 희안하게도 돌아오는 차안에서 CD의 음악을 들으며 눈물이 나온다.
난 술한잔 하면 늘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데...
그 웃음을 억제하지 못해서 가끔 난처할적도 있었는데...
왜 눈물이 비집고 나왔는지....
마음이 가난해진듯 느껴졌고 버림받은듯 느껴졌고 그리고 슬펐다.
이런 느낌이라면 다시는 술을 마시면 안되겠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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