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은,,,

아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

by 동숙 2008. 5. 19.
728x90

 

 

 

깨끗한 신록이 좋았던 하루가 며칠을 지배한다.

 

아직도 난 그날의  반가움과 행복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저 하루종일 실실 웃음이 나오고 맘 마저 너그러워져 다른때 같으면

가차없이 벌을 가했을 일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여유를 부려본다.

 

 

어제의 그 바람과 천둥과 빗줄기와 하늘의 함성은 오늘 아침 맑게 맺힌 이슬과

함께 사라졌다.  산뜻한 출발이었다.

물론 쬐금 뚜껑이 열릴일도 있었으나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길만큼 화창했다.

 

비쭉 산발인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김밥집 다녀와 아들애 수학여행을 보냈다.

보름만에 좋아하는 낚시를 즐기고  신랑이 돌아올때까지도 하늘은 예뻣다.

 

까무룩 낮잠이 들었다가 우르르 쾅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대단하다 밖이...

에어컨 박스위의 장군이 집이 곧 떨어질듯 흔들린다.

바람 억수로 분다.

 

얼른 안으로 들여놓고 버티컬을 닫으며 하늘을 바라보니 잔뜩 찌푸렸다.

그리곤 주먹만한 빗줄기가 옆으로 온다.

지은죄... 기억을 더듬어보니 천벌을 받을만한 죄는 없는듯 한데 어쩐지 무섭다.

집안의 전등 다 환히 켜고 보일러 잔뜩 올리고 맘을 따숩게 먹으려 했다.

 

집 떠난 아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가 보다.

하필 이렇게 일기가 좋지 않을때 수학여행이라니....

그래도 아들에겐 추억이 되겠지?

 

예전 손때묻은 디카를 충전시켜 보냈다.

요사인 사진찍히는걸 거부하는 아들애를 온전히 담으려면 디카를 줘 보내는게

상책이다 싶었다.  살살 꼬였다.

 

이다음 생각하믄 사진은 굉장한 추억이 된다 그러니 친구들과 사진 많이 찍어와라

컴에 저장했다 필요할때 꺼내보고 인화도 할수 있으니 꼭 그래라 했었다.

순진한 아들넘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에 잘 챙겨넣는다.

 

잘 지내고 있겠지?

별일 없이 돌아오겠지?

 

지난번 제주에서의 그 참사가 떠오른다.

하지만 내쳐 눌렀다.  고개를 저으며....

 

오늘자고 내일 하루만 더 자면 돌아올거야

활짝 웃으며 돌아와 어리광 피울거야

아무렴....

 


'오늘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훗날 돌이켜보면....  (0) 2008.05.21
아직 멀었다. 흉내내기 조차도....  (0) 2008.05.20
넘 심하게 놀았나?~~~ㅋㅋ  (0) 2008.05.18
오늘이닷...ㅎㅎㅎ  (0) 2008.05.17
많이 달라진 스승의날 풍경  (0) 2008.05.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