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제법 따스한 겨울이더니 아침에 출근하는데 쌀쌀하다.
점심 무렵엔 바람까지 불어 더욱 춥게 느껴지는 오늘 엄니랑 아버지 그래고 막내 동생이 들렸다.
공장을 오픈하고 우리가 개업식을 하려나 기다리셨다는데 영 소식이 없고 겨울준비에 바쁘셨던
그동안이라 마음만 가지고 계셨단다.
엄니께서 오신다니 막내까지 회사의 점심시간을 이용해 들렸다.
함께 우리가 먹는 식당에서 점심을 드셨다.
요즘 대세인 한식부페인데 사실 우리가 먹는 이 식당의 음식은 그야말로 대박이다.
반찬만 열두어가지가 나온다.
메인으론 늘 육류 생선등이 나오는데 대게의 식당처럼 간이 세지도 않고 맛깔나다.
각종 나물과 야채셀러드 그리고 후식까지 나오는 이 식당의 밥값은 5,000원이다 가끔 들려서 함께
식사를 하던 지인들의 말로도 완전 대박인 식당이란다.
사실 점심만이 제대로 된 식사일때가 대부분인데,,, 요즘 저녁은 아주 가볍게 먹고있고 아침은 대게
거를때가 많은 나 인지라 제대로 된 식당을 만났다는게 감사하다.
엄미는 다음주말 필리핀으로 막내의 아이들 돌잔치를 치르러 떠나신다.
육남매 딸넷에 밑으로 아들둘을 두신 엄니는 우리 막내때문에 참 많이 속을 끓이셨다.
독자이신 아버지에게 시집오셔서 딸만 넷을 주르륵 낳고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을지 그 시대엔
정말 굉장한 스트레스 였을텐데,,, 다행히 밑으로 아들 둘이 태어나 그 두 아들을 세상에 없는 아들이라
여기시고 키우셨다. 유치원부터 사립초등으로 치맛바람 날리며 키우셨는데 불행히 옛말대로 귀히 키운
자식의 효도를 보기는 힘드셨다. 이녀석들이 부모님 마음을 헤아리질 못한다. 워낙 오냐오냐 키우셔서
그런지 딱히 내놓을 효도는 없었다. 저희들이라도 잘 살면 내세울 자랑거리가 없어도 괜찮을텐데,,,
막내는 몇년전 엄니의 돈을 강탈 하다시피 빼앗아 필리핀으로 날랐다.
그때 엄니의 핼쓱하던 얼굴이 지금도 간혹 떠 오른다.
엄니는 그 후론 차라리 안보이니 속이 편하다 하시며 서운함을 애써 감추시지만 그래도 어디 그렇겠는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운 아들인데 더구나 막내인데,,,
그 막내가 몇년간 소식이 없더니 필리핀 여자를 얻어 살림을 차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첫 아이 민서의 탄생소식 그리고 또 둘째 윤서의 탄생소식,,,
아들과 딸을 둔 아비로서 이제 막내는 조금 부모님 마음을 헤아릴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1월 20일이 윤서의 돌이다.
그동안 보고싶으셨을 막내아들과 손주들을 만나러 이번에 부모님이 필리핀으로 들어가신다.
원망도 많았지만 자식이기에 울 엄니와 아버지는 아이들 한복과 필리핀 올케의 한복까지 준비를 하셨다.
몇년만에 볼 막내의 그리고 손주의 모습을 떠올리며 많이 설레이시는 모습이 역력한 부모님을 뵈며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큰 누나로서 늘 꾸짖음만 했었다.
원낙 차이가 많은 동생이라 거의 자식 키우듯 챙겼었다.
이녀석이 집안 식구들 중 무서운 사람이 아버지와 큰누나 라고 했다.
혹 알까?
부모님과 꼭 같지는 않지만 나름 나역시 부모의 마음으로 저를 바라본다는걸?
암튼 나역시 뭔가 해주고 싶었다.
민서와 윤서에게 큰고모로서 해준게 하나도 없어서 고민을 했다.
큰 남동생의 아이인 지유는 태어났을때도 각종 기념일도 챙겨줬는데 막내의 아이들은 그러지 못했다.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정은 현금이었다.
제 부모가 두아이가 필요한게 무엇일지 더 잘 알고 있으니 빳빳한 만원짜리로 백장을 준비했다.
필리핀은 우리돈도 흔하게 쓰인단다.
두둑한 봉투를 오늘 엄니께 전해드리니 당신이 받으신냥 고마워 하신다.
이제사 뭔가 무겁던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진다.
난,,, 바램이 있다.
부디 우리 막내가 먼 그곳에서라도 자리를 잘 잡고 살아줬음 좋겠다.
이제는 늘 그렇듯 우리의 막내가 아니라 민서와 윤서의 아빠로서 든든한 가장의 자리를 지켜줬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지금까지 행해왔던 본인의 잘못은 이 기회에 모두 잊고 단단한 아빠로 살아줬음,,,
18일 새벽에 출발해야 하신다는 엄니,,,
그 배웅을 내 아들넘 준영이 하기로 했다.
하루전 할머님댁에 들어가서 새벽 네시쯤 두분을 인천공항에 모셔다 드리기로,,,
일주일뒤 돌아오실때도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가기로,,,
욘석이 가끔 신통하게도 기특한 생각을 한다.
이럴때 보면 내 바램대로 사람답게 사는 사람냄새 나는 그런 녀석으로 자라준것 같은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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