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엄니 일년양식 김장을 하셨네...
늦여름 뿌렸던 배추씨가
한아름 크기로 잘 자랐고
동글동글 이쁜 초롱무도
물많아 달콤시원하니...
춥기로 유명한 양평인지라
어제 서둘러 김장을 하셨다네...
워낙 드나드는 식구가 많아
해마다 이삼백포기는 하셨는데
올해는 어찌 하셨는지...
김치 젤 많이 먹는 둘째 문희가 없어서
조금 줄이셨는지...
그제오후에 전화가 왔어.
" 배추 절였는데 낼 와서 밥이라도 해도고~"
" 날도 흐린데 주말도 아닌데... 왜 절였어요 "
" 그냥... 어짜피 해얄거 아니냐~"
" 알았어여~ 낼 아침에 들어갈게요~"
울엄니 또 생뚱맞게 배추 절이셨네...
미리 말씀좀 해주시지...
그날저녁 울신랑 용인 물류센터에 가게되서 늦는다고
차를 환승하는데 세워뒀으니 늦어도 태우러 오라고 하는거야...
알았다고 기다렸지...
열두시가 넘어도 전화가 없네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네...
꼬박 밤새웠지뭐~
새벽 네시경 전화가 왔어...
너무 늦었다며 지금 델러오라구 하네.
속으론 짜증이 확~밀렸지만.
꾹꾹 눌러 참았지...
이시간까지 일한 자기는 오죽하겠나 싶어서...
용인까지 한 삼십분 걸리더라...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니 신랑 나오구
따뜻한 해장국 먹으러 가는 직원들...
같이 하자는데...
얼굴 꼬라지하구~ㅋㅋ 절대로 못하지~
걍 집으로 돌아와 씻고 어쩌고 하다보니
여섯시가 다 되었네~
그시간부텀 자명종 맞춰놓구 잤지...
한번깨서 울아들 학교보내고
또 한번깨서 울신랑 늦은 출근하고
두어번 전화오는거 받고...
잠에취해 비몽사몽 못받은 전화도 몇개...
그나마 정신을 차리니 한시가 넘었네.
앗?~~!!
클났다... 김장!!
눈꼽 덕지덕지 달구 머리는 쑤세미에...
잠 덜깬 목소리로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지.
" 엄마~ 죄송해요."
" 됬어~! 바빠~! "
ㅡㅡ;;
클났다...울엄니 삐지셨네...
" 엄마 정서방이 아침에 들어와서 자느라고 깜빡했는데..."
" 아~ 알았다니까..."
아우~ 대단히 화가 나셨네...그러고 끊어진 전화....
셋째한테 전화를 했지.
그애는 뭔 의용소방대 행사가 있어 거기에 참석하느라
친정엘 못들어갔다네...
어제 엄마랑 통화하믄서 미리 말씀드렸는데 어제부텀 기분이
영 별로이셨다는거야...
게다가 해마다 품앗이로 돌아가며 김장을 거들었는데
올핸 일당 오만원씩 받고 김장알바를 한다고 동네 아줌마들
오시지도 않았다네.
시골서 오만원이 좀 크니~
다들 집에것은 늦게 한다고 요즘 이 알바가 유행이라는구나.
나도 못갔지...
둘째는... 작년까진 우리 둘째가 많이 도왔었는데... 이젠 없구나...
셋째는 행사있어 저녁늦게나 갔었다지
막내는 마침 몸살이 심하게나서 누워있다지...
아버지랑 엄마랑 동네할머니랑...
이렇게 셋이서 김장을 하셨다니 엄청 화나셨겠지?
저녁에 셋째 전화로 모든 상황을 알았지...
죄송하긴 하지만 한편 짜증도 나더라.
막내 몸살이고 동네사정이 그러한데...
왜 덜컥 배추는 절이시고 그러냐~ 게다가 평일에...
주말에 하믄 우리들 모두 들어가고 좋잖니~!!
아우~
클났다.
울 엄니 한번 삐지시면 굉장히 길게 가는데...
머리 디따 아프네...
올해는 좀 적게 하셔도 되는구만.
얼마나 하셨을까나... 손이 크시니 또 엄청스럽게 했을건데.
오늘쯤 몸살이 나셨을건데...
맘까지 상했으니 더 하실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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