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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원치 않은 배려는 나쁜 오지랖

by 동숙 201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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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먹여 말린 고추를 기름에 튀겨 저녁상에 올렸더니 맛나다고 금방 없어졌다.

혹여 아직 고춧대를 뽑지 않았겠지 기대를 하며 정아네 하우스에 가니 이런 어느새 고춧대를

다 뽑아내었다. 그나마 덜 뽑힌 가지에서 졸망졸망 매달린 고추를 봉지 가득 따 배낭에 넣고

뒷산 오름을 시작했다.

 

어제 마스크를 썼다가 답답하다고 벗어내었던게 아마도 쥐약이었는지 밤새 기침때문에 잠을

설치고 새벽녘에는 결국 잠자리에서 일어나 잔대와 배하나 썰어넣고 대추 몇알 집어넣고 오쿠

를 실행시켰다. 누구를 위한 약초달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약초달임을 해놓고 혼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늘 건강에는 자신이 있어서 약먹는것을 썩 좋아하지 않고 잘 먹던 음식도 약이

된다고 하면 희안하게 입맛이 싹 달아나던 나였는데 기침에 시달리다 가슴까지 아파오니 결국

이렇게 약을 달이게 된다.

 

그래서 답답하긴 했지만 마스크를 눈밑까지 눌러쓰고 산행을 시작했다.

오르막에 숨을 헉헉 거리자니 뽀얀 입김이 마스크를 뚫고 새어나오고 금방 볼에 습하고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데 꾹 참았다.

별것 아니지만 평상시가 얼마나 행복한지는 평사시가 아닐때에야 깨닫게 되는 이 무지함,,,,

 

 

 

평소처럼 속도를 낼수는 없었다.

빈속에 먹은 감기약 기운이 퍼지는지 어질하니 기운도 없어서 산책하듯 걸었다.

한달음에 오르던 오르막은 꼭 한번씩 쉬어 올라야 했고 산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한걸음씩 바닥만 보며 걸었다.  벤치있는 장소를 가기 전 오르막이 있는데 꽤 길다.

그곳은 두번을 쉬며 오르는데 거의 끝부분에 다 왔을때 위쪽에서 내려오는 산객과 마주쳤다.

숨이 넘어갈듯 차던 차에 잘되었다 한쪽으로 비켜섰는데 그 산객이 버럭 소리를 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낯선 사람에게 저리 소리를 지르는가 하고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그양반 하는 말이

"이 공기좋은 산에 와서 왜 마스크를 쓰느냐며 얼른 벗으라 " 한다.

순간 어이가 없었고 바로 화가 났다.

호흡만 원할했다면 나도 바로 쏘아주고 싶었으나 내 숨도 고르지 못하는 처지라 뭐라 반박도

못하고 눈만 부릅뜨고 지나쳤다.

 

그후의 산행길은 썩 편치 않았다.

마음이 그랬다.

좋은말로 해도 될 이야기를 그렇게 버럭 거리며 하는것은 또 뭣일까?

남이사 마스크를 쓰던 마스크를 입던 뭔 상관이라고 호젓한 산길에서 그리 소릴 지르는가?

하는 생각에 울화가 치밀더니 곧 이게 바로 우리 사회 기성세대의 그 죽일넘의 오지랖이란

생각에 까지 커져갔다. 내가 젊을적에 오십대의 아줌마들의 말폼과 행동거지를 보면서 나는

나이들면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하는 교훈도 되었고 몸서리치게 싫었던 기성세대의 품행이었다.

어느덧 나도 오십을 넘기고 그 기성세대가 되어 젊은이들에게 옳지 않은 어른으로 보이기는

싫어서 꽤 조심했던 부분이었는데 아직도 저렇게 무지하게 제 생각을 거름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는게 정말 싫었다.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지도 않고 본인의 생각으로 내지르는 말은 아무리 좋은 의미라도

하는 방법에 따라선 말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닫게 된 작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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