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 친구 휴가나왔다고 나갔던 작은늠이 새벽에 들어오더니 열이 펄펄 끓고 목이 잔뜩 쉬어서
결국 금요일과 월요일 월차를 쓰고 약먹고 병원 다녀오더니 이틀이 지나니 그만해졌다.
괜찮은 컨디션을 보이기에 일요일 엄니댁에 갈때 함께 가겠느냐 물었더니 그러마 했다.
지난번 명현이 땀흘려 고생해 키운 하수오를 분말로 샀기에 엄니께 가져다 드리면 좋겠단 생각에
나선길이었다. 마침 막내도 온다기에 오랜만에 얼굴도 볼겸 작은애와 건너가니 엄니는 맛나게
점심을 준비하고 계셨다.
배 든든히 채우고 돌아올때 엄니께선 이것저것 먹거리를 챙겨주시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난
내게 필요한것만 챙겨오고 가져가라 하시는것을 다 가져오지 않아 엄니를 서운케 했다.
튼실한 무를 세개 뽑아오고 사촌언니가 하우스에서 재배해 내다 팔던 가시오이가 이제 끝물이라
줄기를 걷어내고 정리를 해야한다고 해서 얻어온 오이를 장아찌로 담아놓으신것 한봉지
그리고 앙증맞게 늙은 호박 한덩이를 가져왔다.
오늘 산에 오르며 내려올때 마트에 들려서 장을 봐야지 하고 마음먹고 나선 뒷산길은 모처럼
안개도 걷힌 청명한 날씨였으나 매우 차가운 날씨였다. 끝까지 남아있던 산밑의 논도 벼베기를
끝내서인지 더욱 을씨년 스러웠고 나는 마스크를 챙겨 나오지 않은것을 살짝 후회했다.
찬바람이 썩 좋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땀을 흘리며 걷다보니 나중엔 시원했다.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길 때도 아닌데 피어난 진달래를 보았다.
신기하고 안스럽고 복잡한 마음에 카메라를 꺼내 그 모습을 담아보았다.
산밑 거의 내려와서 고욤나무 있는곳으로 눈을 돌리니 어느새 나뭇잎은 다 떨어져 조랑조랑 매달린
고욤이 눈에 확 들어왔다. 고욤도 몇컷 담아보고 개울건너 마트에 가서 커다란 쪽파 두단을 사고
이것저것 장을 봐 배달을 부탁했다.
돌아와 커피 한잔 마시고 앉았는데 컨디션이 영 좋지 않은게 아무래도 감기가 오시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마다 한번씩 호되게 앓는 감기인지라 슬그머니 겂이 났다. 미리 약을 챙겨먹고 나서
아이들이 잘 먹었던 쪽파김치를 담그고 엄니댁의 싱싱한 무우로 깍두기도 담아 놓으니 든든한 느낌
식구들이 한동안 맛나게 먹을 김치를 두종류 채워 넣은것으로도 이렇게 흐믓하다.
한껏 당겼다가 놓으면 툭 끊어지는 고무줄 처럼
한껏 뽐내던 가을이 갑자기 떠나는것 같다.
십일월이란 새달에 들어서며 어쩌면 딱 준비하고 있었던듯
그렇게 겨울로 성큼 다가선것 같아서 서운하다.
마음이 조금 쓸쓸해지는 느낌이 그닥 좋지는 않지만
이것 저것 겨울 양식을 준비하며 애써 따듯하게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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