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습관처럼 일찍 떠진 눈 다시 잠들긴 좀 아쉬웠다.
오늘은 산엘 다녀와야지 하고 며칠전부터 별렀던거라 기왕이면 햇빛이 따가운 낮보단
나으리라 생각하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아직은 햇빛에 데워지지 않은 대기는 너무도 시원했다.
개울가 무더기로 피어있는 봉선화를 들여다보며 즐거운 산행의 시작,,,ㅎ
역시 그렇다 산모기가 쌀쌀하게 느껴지는 요즘 새벽공기에 모습을 감추고 없었다.
흐믓,,,ㅎ
제일 먼저 만나게 된 물봉선화 진분홍 꽃이 이슬까지 머금어 아주 요염했다.
지난번 올라왔을땐 그 흔하던 물봉선이 보이지 않아 섭섭했었는데 아직 때가 일렀나
보다 오늘은 그 고운 모습을 볼수있었다.
참취꽃도 그렇고 궁궁이도 등골나물의 하얀꽃도 무더기 피어있었다.
반가움,,,ㅎ
조금 더 가을이 깊어지면 작년에 청보라빛 용담을 만났던 그곳엘 가 봐야지 하며
조금씩 땀이 배어 오르는 산길을 걸었다.
오붓하다. 향도 그윽하고 시원하고 조용하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극성맞은
매미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로 이런 느낌이야,,,ㅎ
양지쪽의 산길은 아침해를 받아 환하니 괜찮더니만 약수터쪽의 산길은 으슥하다.
숲도 깊고 햇빛이 잘 들지 않는곳 늘 습한 이곳이 어두컴컴하니 무서운 생각도
슬그머니 들었다.
발자국소리,,, 뒤를 돌아보니 등산객 한분이 보인다.
어쩐지 더 두려운생각,,,ㅋ 울 신랑은 길에 내놔도 절대 염려없다 하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인지 두려움이 왈칵 몰려왔다. 낮이 아니고 좀 이른 아침시간이기에,,,
숲을 헤치고 상수리나무들 많은 곳을 지나서 약수터를 지나서 드디어 소나무숲에
들어섰다. 힘차고 깨끗한 느낌,,, 오우 좋아라,,,,ㅎㅎㅎ
여기서 보온병에 타가지고 올라간 커피를 마셨다.
땀흘리고 약간 목이 마른때 뜨거운 커피한잔은 아주 맛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둘러보니 짙은 초록으로 눈도 시원하고 깊은 숲향으로 마음도 시원하고
살며 찌든 무거운 짐을 다 내려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어쩌면 난 이 느낌이 좋아서 늘 여기가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흔히 깔닥고개로 불리는 곳.
다이어트 한답시고 언니들과 함께 오를땐 이쪽으로 올라오면 정말 가슴이 터질듯
다리가 후둘거리는 가파른 길이다. 오늘은 내려갈때 이쪽으로,,,
멀리 퇴촌의 풍경이 보인다.
더 멀리 강의 모습도 생태공원의 모습도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이곳 아름다운 퇴촌이 여기 있었다.
다 늦은 저녁무렵 한통의 전화가 왔다.
미사리 언니,,,
가족이 퇴촌엘 다녀가다 차가 막히고 또 내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잠시 들려가시라 했었다.
장동건 비슷하게 생기셨던 형부는 이제 늙으셔 할아버지 되셨다. 그래도 여전히
큰키에 반듯한 생김 멋지시다 얼마나 착하신 분인지 잘 알기에 외사촌 형부중
제일 살갑게 대하는 분이다. 큰조카 재정이도 아들딸을 데리고 친정부모님과 함께
천진암 계곡에서 놀았단다. 어렸을적 보던 재정인 지금 길에서 마주치면 전혀
알아보지 못하게 완숙한 주부의 모습이다. 벌써 두 아이의 엄마라니,,,
새삼 내가 늙었단걸 느꼈다. 그 꼬맹이 재정이가 차분하고 의연한 엄마라니,,,
언니와 형부는 퇴촌에 오셔서 사셨음 하신단다.
집값이 대충 어느정도 되는지 새집을 사야하는지 기존의 집을 사서 수리를 해야
하는지 등등 여러가지를 물으셨다. 옆에 와 사신다면 나도 참 좋을텐데,,,
의지도 되고 가끔 언니한테 속내도 이야길 하고,,,
다복해 보이셨다.
감사한다 나 고등학교 다닐 그무렵 미사리 언니네 갔었던게 까마득한 옛일이
되었다. 그땐 섬이었고 사과나무 많았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쁜 꽃사과를
욕심껏 따서 집에 가져오면 엄마가 과실주를 담그시곤 했었는데,,,
그때 미사리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참으로 한적하던 아름다운 섬 이었는데,,,
농사지으시느라 새까맣게 그을러 기미 가득하던 언니의 얼굴도 생각나고
농부인데도 깨끗한 피부에 큰키 그리고 아주 잘 생기셨던 형부의 모습도
생각난다. 이젠 그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고 편안해 보이시는 두분을 보며
내 마음까지 편안해졌다.
맏이였던 나에겐 가끔 친언니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언니가 지금처럼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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