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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추억을 쇼핑한 하루

by 동숙 201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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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대문엘 다녀왔다.

처녀적 내가 출퇴근하던 버스길로 가본 동대문,,,

 

추억이 새록 피어난다.

구의동 모토로라 앞을 지나며 내 외사촌 언니가 생각났다.

나 중학교 다닐무렵 모토로라에 다니던 언니,,,

어른들은 외국인 회사라 월급이 솔찮이 많다며 대견해 하였는데 난 코웃음 쳤었다.

그래봐야 공순이지 뭐,,, 이러면서.

아주 오랜 세월동안 그곳엘 다니던 언니는 꽤 많은 적금을 타고 노처녀 생활을 마감했다.

참 가까이 지내던 언니였는데 나 결혼하고 난 후론 얼굴을 본적이 별로 없었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화양리,,,

건대앞을 지나 화양리에 접어드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흔히 나와바리란 표현을 많이 쓰는데 그곳이 그당시엔 내 나와바리 였다.

건대 정문 들어가는 길목의 어느 경양식 집에서 그곳 학생들과 했었던 미팅,,,ㅋ

또 중학교때 교생선생님들은 늘 건대 학생들이었다.

세종대,,, 늘씬한 언냐들이 무척 많이 거리를 누비던 그시절.

세종대 무용학과의 언냐들은 왜 그리도 차도녀 스탈이 많았는지 가끔 주눅이 들었었다.

 

그리고 성동교를 지나며 한대앞을 지나며 중앙시장을 지나며,,,

중앙시장을 지나며 떠오른 기억하나~!

국민학교 육학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중앙시장 안쪽의 학원,,,, 한샘이었던가? 중학교 신입생들이 영어와 수학을 주로 배우던

학원이 있었다. 아무튼 극성스럽던 울 엄니는 그곳의 학원에 날 등록시켰었다.

천호동에서 중앙시장까지 버스를 타고 다니던 그때는 내 기억에 별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진 않았다.  옛날 영화처럼 흐려진 흑백의 기억,,,

 

한번은 지갑을 잃어버려 중앙시장에서 천호동까지 걸어온적이 있었다.

성동교를 지날 무렵 해가 설핏 지고 있었고 여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기억은 흐리지만

어린나이에 걷기엔 너무도 길고 가혹한 귀가길이었다.

 

터벅 터벅,,, 그래도 화양리까진 어찌어찌 지루하지 않게 왔었는데 그후엔 너무 깜깜한

밤이었고 배도 고팠고 다리도 아팠고 꼭 버려진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슬프고 외롭던 기억,,,,

 

학교를 졸업하고 첫직장이 있던 서울역까지 타고 다니던 버스,,,,77 번

짧은 내 처녀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던 그때의 추억에 오랜만에 깊이 잠겨봤었다.

 

동대문은 확 달라져 있었다.

예전처럼 평화시장쯤 기억하고 갔다가 완전 눈 돌아가고 정신없는 촌 아줌의 작태를

고스란히 보여준 나들이였다.

 

팔월 십칠일이 아들의 생일,,, 미리 생일선물을 하러 나선길이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아들이 원하는것을 사주자 맘먹고 나섰는데 완전 바가지 덤탱이로 쓴 날이었다.

 

두타 밀리오레 등등의 쇼핑센터의 옷가지들은 화려하고 이뻣지만 아들에게 입히긴

그닥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들은 원했고 난 두말없이 지갑을 열어야 했었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 우리가 동대문에 옷사러 간다 나섰을땐 가격이 시중보다

훨씬 싼맛에 여러가지 디자인을 품평하며 고르고 골랐었는데 지금의 동대문은 가격이

시중보다 싼게 아니라 더 비싼듯 느껴졌다. 내가 넘 촌아짐이 되어 그런가?

 

짜식,,, 살좀 빼지~

          팔자 걸음좀 고치지~

          키가 쫌만 더 컷으면 좋으련만~

등등의 좋지 못한점이 눈에 띄고 내 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 좋은 경험이었다.

 

난 깔끔하니 모범생 스탈의 옷이 좋은데 아들은 배기바지?,,, 무릎 아래 쯤 내려오는

트레이닝복을 골랐다. 엉디에 걸치고 주머닌 커다란,,, 꼭 똥싼 바지 같았는데,,,ㅋㅋㅋ

티셔츠도 그랬다.  브이넥에 아무런 무늬도 없는 몸에 핏되는 셔츠,,, 요건 흡사 런닝처럼

보였다 겨우 맘에 드는 면바지를 하나 골랐다.  10부 정도의 길이로 스키니도 아닌것이

그래도 그중 나아 보였다.  그리고 단화,,, 우리가 흔히 캔버스화라 부르는 회색 단화를

하나 더 고르는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물론 취향은 나와 다르다는것 인정을 하지만 어쩜 그렇게도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의

옷만을 고르는지 원,,, 맘속의 외침이 입밖으로 나오는걸 주먹으로 틀어 막다시피 했던

외출이었다.  울 엄마도 어릴적 나와 이랬을까?

 

열두시가 넘은 시간.

만족한 아들은 뒤에서 골아떨어져 잠이들었고 돌아오는길이 조금 피곤은 했지만 그래도

옛 추억을 하나둘 떠올리며 지나던 거리와 그시절의 나를 만나고 돌아온 흐믓한 외출이

그리 나쁘진 않았다.

 

지금의 몽촌토성이 있는 그 옆 자리에 옛날엔 무지 큰 코스모스 밭이 있었다는걸 기억한

스쿨버스에서 내다본 그 코스모스가 내가 본 그 어떤 코스모스 보다도 한들한들 가녀리고

아름다웠다는걸 기억한,,,, 추억을 쇼핑한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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