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모퉁이를 돌면 덕선이가 양지쪽에서 아후광 뜨게질을 하고 있을거 같아...
저 모퉁이 돌아 전봇대에선 머시마들이 구슬치기를 하고 있을것도 같아...
다방구하자~~ 하며 대여섯이 몰려다니는 그 풍경이 보일듯하네.
아침바다 갈매기는 금빛을 띄고...
라며 고무줄을 하는데 영수머시마가 고무줄 딱 끊어가지고 도망갔다.
저 파란 철대문집으로 쏘옥 들어가버렸어 철커덩 하며 대문소리 참 정나미 떨어지게
울렸었는데 결국 밖에서 우리 계집애들은 모여 악다구니만 해 대었지...
" 영수 너 이따가 나오면 주글지 알아~~~" 라고 목소리 모아 외쳤지...ㅎ
영선이 언니네 집은 이런 나무대문 이었어.
하늘색 페인트를 칠한 나무대문...
경첩을 달아 그 고리엔 저렇게 대못이 아닌 숫가락이 꽂혀있을때도 있었고 또 어느땐
굵은 철사를 달팽이마냥 꼬아서 돌돌 감아놓을때도 있었지...ㅎ
그게 문단속 이었다.
지금같으면 집이 비었어요 하고 광고를 하는것 같았던 도둑님 들어오세요 하고
양산군자를 부르는 무슨 표식같은 짓 이었을텐데 그시절엔 으례 그렇게 했었다.
점심시간 광주로 핸폰을 찾으러 갔었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던길에 일터가 있는
무갑리 위쪽까지 가보자 했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은 진창이 되었는데
이십여분 남은 그 시간이 아까워서 평소에 못가보던 그 길을 오늘 가보았다.
횡재를 한 느낌이었다.
꼭 내 어릴적 살던 그 동네처럼 야트막한 블럭담이 있고 나무대문 철대문이 그시절
처럼 촌스런 하늘색과 연두색 밤색으로 칠해진 작은 시골 동네를 마주치게 되었다.
부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디카를 꺼내들고 기웃기웃 이골목 저골목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등 뒤에서 내 어릴적 동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듯 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과거를 여행한듯한 가슴이 뛰고 설레이는 살짝 눈물까지 나오는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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