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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룻밤의 헤프닝

by 동숙 2006.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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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많이 쌀쌀했던 초겨울 날씨가

이번주 들어 많이 푸근해졌다.

 

자꾸 움츠러 드는것은

비단 몸 뿐만은 아닐것

마음도 자꾸 움츠러 드는 초겨울...

 

이런때가 어르신들 제일 무서울 때

한해를 넘기는 마지막 고비라고 한다.

 

어제는 흔한말로 아주 시껍을 했다.

 

지난주말까지 몸살 된통 치르느라

대충 끼니를 때운 가족들에게 미안해

이것저것 밑반찬도 만들고

아이들 따끈하고 보드라운 호빵도

쪄주며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

" 언니 놀라지마...엄마 쓰러지셨어~"

놀라지 말라니... 어쩜좋아...ㅠㅠ

듣는순간 벌써 가슴이 벌렁벌렁 손도 덜덜...

" 왜 무슨일이야? "

" 자세힌 나도 몰라 동네 병원으로 모셨는데

큰병원 가라고 그래서 구리 한양대 병원으로

가셨다네... 어떡하지? "

" 그래 금방 갈게...너도 조심해서와.."

 

울고 있는 동생을 그래도 언니라고

다독여주는데....

갑자기

" 언니 그럼....아악~~~"

이러고 끊기는 전화.

너무 겁이나서 어쩌질 못하겠다.

엄마 쓰러지신것도 놀랄일 인데...

동생의 비명끝으로 전화는 연결이 안되었고...

좋지 않은일은 겹쳐서 온다는 말이

그 순간 왜 떠올랐을까?

 

몇번의 시도끝에 다시 연결된 전화.

동생이 먼저 출발하는 신랑을 부르는 순간

제부가 차를 세웠고 뒤따르던 오토바이가

그대로 제부차를 받았단다.

 

다행히 차 범퍼만 좀 찟어지고

상대편 학생은 타박상 정도란다.

상황이 그렇다고 설명을 하고

앞서 출발한 앰블런스를 따라 동생네도

출발한다는 말.

 

난 신랑에게 전화를 하고

마침 일찍 퇴근한 신랑 강변역에 있다길래

천호동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고속도로를 가는데....

얼마나 가슴이 떨리던지...

 

그렇게 병원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동생들이

" 언니 걱정하지마~ 괜찮으시다네~"

순간 다리에서 힘이 쫘악 풀리더라.

 

나중 자초지정을 들어보니

막내동생이 농사를 짓거든

올 초에 나 있을때 동네 아저씨랑

빈 묵은논을 같이 경작하기로 상의를 하더라고

 

서울사람들 논 사놓구 농사 못지을때

세금이 엄청 나오나봐...

그래서 동네사람들에게 논을 빌려주는데

우리 농사도 있지만 어짜피 장비 다 갖추고

농사짓는거 조금 품 팔아서 가을에 나누자고...

 

그런데 지금 추수가 다 끝나고

올해 쌀값이 작년만 못하고

수확량도 적게 나오고 그랬나봐

수입이 적으니까 서로 말다툼을 하는데

동네분이 좀 어거지를 쓰셨는데

동생이 나중에 화를 내고 험악한 상황까지

되었는가봐...

 

우리 엄마 그것보시고 놀라셔서

말리시다 쓰러지셨다네...

 

원래 지병이 있으셔서 시골로 옮기신거거든

공기좋고 물좋은곳에 사시면 좋아지실거라고

동네 작은 병원에서 지병 있으신걸아니까

약을 함부로 못쓴다고 큰병원 가라고 한게

일이 그렇게 커져 버렸네...

 

다행스럽게 각종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나오고

정신도 차리시고

링거 하나 맞으시고 나오셨지.

 

새벽에 병원을 나오며

설렁탕집에서 늦은 저녁들을 하고

헤어지며 한마디씩 했단다.

 

" 엄마 앞으로 우리들 보고싶음 그냥 말로해~"

" 에고 모처럼 형제들 한자리에 다 모였네~"

" 언제 큰일 닥칠지 모르는데...연습한거네~"

 

결국 하룻밤의 헤프닝으로 끝났다.

이렇게 마무리 된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봄에 둘째 보내놓고 자주 뭉쳤던 형제들

시간이 지나며 제 살기에 바빠서

한자리에 모이기 힘들었는데

정말 우리 엄마 자식들 한자리에 모이는거

보고싶으셔서 그러신건 아닌지...

 

문득 어르신들 겨울 넘기는거 힘들다는

이야기도 생각나고 참 많은 생각이 교차하던

하룻밤 이었네...

 

매일 하는 이야기...

있을때 잘해 후회 하지말고

그래 계실때 잘 해야지

후회하지 않게...

 

어제 병원에서 미강이 전화를 받았어.

참 고맙더라...곁에서 누군가 든든히

지켜주는듯 정말 고맙더라.

 

소중한걸 다시한번 되새기는

그런 하룻밤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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