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
스물아홉의 베트남 처녀이다.
내가 데리고 일하는 이 아가씨가 요즘 병이 들었다.
연말부터 공장의 내부 리모델링을 하곤 심한 몸살감기로 삼일동안 출근도 못하고
앓아 누워있었단다.
설연휴까지 닷새를 쉬고 나왔는데 안그래도 한줌밖에 안되는 허리는 개미허리가
되었고 조막만한 얼굴은 까칠하니 보기만 해도 안쓰러웠다.
며칠 점심식사하는걸 지켜보니 밥 한숫가락을 겨우 먹는다.
사는곳도 컨테이너에 난방조차 제대로 되질 않는다는데 먹는것도 회사에서 먹는게
제대로된 식사라는데 간식시간 지급된 빵과우유로 저녁도 아침도 해결한다는데
병이나서 그나마 제대로 먹질 못하는게 마음이 아팠다.
어제 쉬는 토욜 점심식사를 사주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울동네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에서,,,
점심시간 사돈동생과 같이 나온 하이엔은 우선 얼굴표정은 참으로 밝았다.
얼마만에 먹는 베트남 음식인지 모른단다.
월남쌈과 쌀국수를 시켜놓고 식당안의 풍경을 바라보며 인테리어로 걸려있던 모자
"논" 을 써보고 활짝 웃는다. 그 모습이 어째 맘이 짜안해진다.
하이엔의 사돈인 마인이란 총각,,, 나이가 울 딸보다 한살 아래이다 스물넷.
마인도 그 과묵하던 모습에서 탈피해 저희끼리 뭐라 끝없이 수다를 떤다.
짐짓 화난듯한 목소리로 너희 그렇게 네나라말로 떠드는거 나 욕하는거지? 라고
했더니 까르르 웃으며 아니란다.
월남쌈이 나오고 어떻게 먹는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온갖 채소를 듬뿍넣고 소스를
넣어 쌈을 싸서 먹어보니 입맛에 잘 맞는다.
그리고 나온 쌀국수는 딱 해장하기 좋은 국수였다,,,,ㅋ 꼭 술꾼같으네,,,,
늘 새모이처럼 먹던 하이엔이 잘먹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
월요일엔 건강한 모습으로 나온다고 약속을 했는데 한끼 잘먹었다고 병이 달아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만이라도 건강해졌음 하는 바램이다.
자주 사주지는 못하겠지만 가끔 이렇게 데려와서 고향의 맛이라도 조금 봐서 웃는
모습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타지에 와서 잘 먹지도 못하고 고생하는 이들을
보면서 가끔 내아이들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다.
가엾고 대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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