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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신랑,,,,생일 축하해요~

by 동숙 2013.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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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어느 가을날,,,

 

신랑이 감기에 걸렸지요.

원래도 아프면 끙~끙~ 엄살이 심한 신랑이였지만

그때의 감기는 정말 지독한 독감이었지요.

 

열이 펄펄 끓고 팔, 다리 온 삭신이 쑤시고 입안까지 헐고,,,

겨우 일어나 엉금엉금 화장실 다녀오는것 조차 힘겨워 한 삼일정도 결근을 했었지요.

 

아프면 원래 짜증이 많이 나는법.

귀찮다고 짜증내는 신랑을 어린애 어르듯 살살 달래 병원에 데려가

링거도 맞았지만 별 차도가 없었지요. 

 

원래 감기란 넘이 앓을만큼 앓아야 떨어진다 했던가요?

 

해열제를 먹어도 열은 떨어지지 않았지요.

특히나 밤에 더했기에 밤새 물수건 갈아주고 죽 끓이고 허둥대며 병간호를 했지요.

 

삼일을 꼬박 앓고 나더니 감기는 수그러 들었고

신랑은 밀린 일이 많다며 출근을 했지요.

걱정을 했는데,,,

저녁 퇴근해 돌아오는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더군요.

 

그 다음날 오후,,,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더만요.

머리도 지끈거리고 목도 아프고,,,

전 감기가 올라치면 늘 목이 먼저 붓곤 하지요.

그날 밤부터 신랑이 앓던 독감은 고스란히 제게 왔답니다.

 

정말 죽을것 처럼 아프더군요.

그당시 큰아이는 고등학생 작은애는 초등학생 두 아이들 학교 보내고

신랑 출근하고 나선 바로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갔지요.

 

어찌나 춥던지,,,

그땐 지금처럼 도시가스도 들어오기 전이라 기름보일러였는데

기름 타는게 꼭 내 피가 졸아드는듯 느껴져 웬만하면

보일러를 약하게 틀었던 저였는데 보일러를 끝까지 왕창 올려놓고

끙끙 거리며 앓았지요.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의 상태를 보더니

그냥 저희들끼리 밥도 찾아먹고 조용히,,,

 

퇴근후 돌아온 신랑은 내 상태를 보더니 밥 먹었냐고 묻더군요.

움직이기도 너무 힘들어서 안먹었다 했더니 벌컥 화를 내더군요. 

먹어야 약먹고 떨어지지~

 

병원은 다녀왔냐고 하더군요.

화장실 가기도 엉금엉금 천리길이구만 병원은,,,ㅡㅡ;;

낼 병원가~

하더니 거실에서 애들과 피자랑 치킨을 시켜 먹으며 티비를 보더군요.

 

깨질것 같은 머리,,,

하루종일 굶었지만 배고픈것도 모르겠고,,,

열이 오를땐 온몸이 아프고,,,

열이 내릴땐 식은땀이 줄줄,,,

 

밖에서 들려오는 음식먹는소리,티비소리,애들과 웃는 목소리,,,,가

어찌나 듣기 싫던지.

아프면 서럽다고 누가 말했는지 정말 서럽더군요.

 

저 아플때 난 병원에도 델고가~

죽도 이것 저것 쑤어줘~

밤새 물수건 갈아줘~

조용조용 쉴수있게 해줘~

 

어쩜 사람이 저 아픈것만 알고 마누라 아픈것은 안보이는지,,,

내가 왜 아픈겨? 

독감 나한테 옮긴겨,,,

인간이 참 못됐다~ 하며 그 와중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했지요.

얼마나 서럽던지 귓가로 눈물이 주르륵,,,

 

결국 삐져서 째려보고 딸아이 방으로 가서 누웠죠.

뻘쭘 쳐다보던 신랑 그냥 다시 티비로,,,

 

그렇게 각방을 쓰길 이틀,,,

이틀째 되던날 퇴근길 웬 커다란 봉투를 들고 들어와 방문을 열며

좀 나와봐~ 하네요.

댓꾸도 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엉금엉금 기어 나가니 봉투를 내밀며 하는말이

좋겠다~~애들 다 니편으로 만들어서~~~ 이러는 겁니다.

 

봉투속엔 마트에서 파는 온갖 종류의 인스턴트 죽이 한가득,,,

그리고 편지봉투 하나.

뭘까?,,,

하며 읽어보고 난 픽 웃고 말았지요.

 

딸아이의 편지였어요.

출근하는데 딸아이가 편지를 주더래요.

회사에 가서 읽어보고 반성을 많이 했다네요.

 

내용인즉,,, 아빠는 엄마한테 사과하시라고,,,ㅋㅋㅋ

엄마는 아빠 아플때 그렇게 정성껏 간호하시고 그러느라 병이 났는데

아빤 엄마 병원에도 안데려가고 약도 안사주고 퉁명스럽게 하신다며

반성하고 사과하라고 쓰여있던 편지,,,^^

 

시간이 참 많이 흘렀습니다.

울 신랑은 이제 제가 자고 있음 밥도 찾아먹고 설거지도 한답니다.

매일하던 그 지겨운 다림질,,, 손에서 놓은지 한 이년 되었나?

가끔 청소기 돌리고 나갈때도 있답니다.

 

쉰다섯 먹은 울집 영감탱이는 지금 확실하게 꼬리를 내리고 항복을 했답니다.

그렇게 고시식하고 ,,,

동네에서 별명이 교장샘이랍니다,,,ㅋ 

저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와 저녁먹고 설거지하고 겨우 쉬려하면

커피 안줘?~

사과 먹자~~~ 하던

고집탱이 영감이 달라졌어요~~~ㅎㅎㅎ

 

왜그래? 하고 물으니 그러더만요.

어느날 제가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봤는데 제가 코를 심하게 골더래요.

그런데 불쌍하더래요.

 

첨 병아리 같던 아가씨 델고 올적엔 손에 물 통통 튕기며 살게 해줘야지 했는데,,,

살다보니 어디 삶이 그리 녹녹한가요. 

돈벌러 나선 마누라 코 심하게 골며 자는게 안스러워 조금씩 달라져야지 했다네요.

 

부부란,,,

그렇게 서로 불쌍해하며 살게 되는게 맞는가봐요.

 

저도 신랑이 잠든 모습을 보면 에고 많이 늙었구나 싶어

마음이 짠해지고 눈시울 시큰거릴때도 있더군요. 

 

가끔 아웅다웅~~

너잘났다 내잘났다 싸우긴 하지만

자는 모습을 보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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